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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종이나비 오렸어요”

화제를 낳은 미주 최초의 위안부 소재 오페라에서 대다수 관객이 한결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명장면이 있다. ‘종이나비’가 눈꽃처럼 떨어지며 대미를 장식한 피날레다. 마치 축포가 터지듯 노란색 종이나비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사뿐히 내려앉는 기획은 최종 리허설까지도 극비에 부쳐졌다. 나비는 환생과 희망을 뜻한다. 원망과 한을 품고 숨진 위안부 할머니들이 환생해서라도 못다 한 한을 풀길 염원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주변은 나비 형상의 조경물이 에워싸고 있다. 올해 조성 첫 돌을 맞는 나비정원이다. 노랑나비 눈꽃을 공동 기획한 소프라노 김지연씨는 28일 공연 직후 인터뷰에서 “소녀상 나비정원에서 영감을 얻고, 오페라라는 형식의 문화공연을 통해 위안부의 아픔을 위로해주길 바랐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하늘에 흩뿌려지기 위해 준비된 종이나비는 모두 1만여장. 김씨도 건립위도 나비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오렸다고 한다. 로컬 라디오 기자로 일하는 성악가 김씨는 배우, 연출, 최초 기획 및 뼈대 구성, 섭외, 무대 스탶 등 1인 7역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새벽까지 종이나비를 오렸다고 했다.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에요. 아들과 아들친구들에게 용돈을 줘가며 오리게 했고 사촌언니도 함께 오렸어요. 윤현지씨도요. 시일이 촉박해 건립위원들도 나비를 오렸어요. 도움주신 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김씨는 기자로 일하며 남동부 최초의 소녀상이 건립된 남다른 과정에 감명을 받고 소녀상 오페라를 기획했다. 최근 한국전쟁 69주년 기념식을 찾은 시노즈카 다카시 일본 총영사에게도 ‘위안부 오페라’ 초대장을 전달하려 했다. 김씨가 다른 취재 후 돌아오기 전 일본 총영사가 자리를 뜨며 아쉽게 무산됐다. 그는 “생존하신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공식 사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본 총영사가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랐다”며 “안타까운 역사가 하루빨리 정리되고 할머니들이 못다한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겸 기자

2019-06-30

‘위안부 오페라’ 아쉬움 남긴 성공

소녀상 건립위, 2주년 기념 제작 곡 완성도 미흡…연기력은 돋보여 애틀랜타 고유 색채 못 담아 여운 애틀랜타 한인들이 힘을 합쳐 자생적으로 제작한 위안부 소재 오페라 ‘그 소녀의 이야기’가 아쉬움을 남긴 성공으로 회자되고 있다. 일단 미주 최초의 위안부 오페라로서 과감한 도전이라는 긍정 평가가 있었다. 일반 관객에게 오페라의 눈높이를 낮춘 실험적 무대라는 찬사도 곁들여졌다. 반면, 마치 ‘하늘도 운 듯’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2년 전 제막식의 감동을 재현하려던 처음 기획 의도를 제대로 살리진 못했다는 전문 음악인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위원장 김백규)가 제작한 ‘그 소녀의 이야기’가 지난 28일 애틀랜타 한인회관 특설무대에 올려져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김백규 위원장은 “블랙번 공원에 소녀상을 지은 지 2주년을 맞아 후세대에 인권지향 의식과 문화적 비전을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며 오페라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이날 공연 뒤 배우들의 연기 소화력과 아리아가 수준급으로 돋보였다는 평가가 관객들에게서 지배적이었다. 캔자스에서 온 메조소프라노 이은정 교수(관산댁 역)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 위안부 딸을 잃은 엄마의 비통한 심경을 깊고 풍부한 성량으로 전달, 성악 베테랑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소프라노 김지연(점례 역)은 고향 집 감나무를 그리워하다 처절하게 희생된 극 중 영자(윤현지)를 애타게 찾는 절절한 심정을 호소력 있게 연기했다는 평이 있었다. 재미 원로 희곡배우 김복희씨는 애틀랜타문학회 홈페이지에 “‘영자야 내가 왔다’는 위안부 점례의 아리아 목소리가 너무 슬펐다”며 “아직도 슬픔에 잠겨 어제의 오페라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감상평을 썼다.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김씨는 공연 직후 많은 눈물을 쏟아내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고사했었다. 그러나 곡 자체의 완성도와 예술성에 관한 음악인들의 지적도 있었다. 연기력과 노래 실력만으로는 커버하기엔 아쉬움이 짙은 대목이라는 시각이다. 최초 기획 의도가 실제 작곡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짜임새가 느슨해지고 애틀랜타만의 색채가 배제됐다는 지적도 있다. 작곡가와의 소통을 전적으로 담당한 소프라노 윤현지씨는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있는 작곡가가 방송작가들과 협력해 대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완성된 극의 짜임새와 가사는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평이하고 전문가의 손길이 닿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악보가 늦게 출연진에 배포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아틀란타 한인감리교회에서 열린 1차 리허설 당일 건립위 안팎에서는 악보가 예상밖 늦게 배포돼 연습 부족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있었다. 지휘자가 보름쯤 전 섭외된 것도 악보의 배달 지연이 한 원인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 대해 음악인들은 한결같이 수정 자체가 불가능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무대에 오른 악보만 놓고 보면 곡을 쓰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는 게 음악계의 한결같은 관점이다. 또 이날 리허설에서 전문 음악인들이 많은 한인 미디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곡 자체의 작품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역의 쏠림현상 역시 두 차례의 공개 리허설 과정에서 허점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위안부 오페라의 미주 초연이라는 데 큰 의의를 두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미8군 소속으로 판문점에서 근무한 연방검사 출신 자라 카린섀크 조지아 주 상원의원은 “가슴을 터치하는 깊은 감동을 준 오페라였다”며 “무엇보다 매끄러운 영어자막이 스크린에 나와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극찬했다. 영어자막은 이은정 교수와 켈리 안 위원이 번역을 공동 주도했고 한국어 말하기 대상 수상자인 에모리대 신향기 양이 젊은 감각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식에서 시를 낭독한 신 양은 또 카메오로 극 중 출연하기도 했다. 또 신디 홍 작가의 위안부 소재 그림과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 전시회도 주목받았다. 한인회관 공연장에 이르는 길목에 전시관을 설치해 누구도 예외없이 그림을 관람해야 입장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돋보인 아이디어였다. 첫 위안부 오페라를 올리기까지 건립위원들의 숨은 노력도 박수받아 마땅하다는 격려가 잇따랐다. 김백규 위원장은 “나만 주목받아선 곤란하다”며 위원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이런 취지로 첫 기자회견에선 모든 위원이 발언시간을 가졌다. 윤모세 위원은 촘촘한 예산집행, 켈리 안 위원은 존 언스트 시장과의 대외협력을 통한 붐 조성, 박수목 위원은 대외홍보 및 내부살림, 박건권 위원은 방송 인력과 함께 무대 조명, 음향 등 미장센을 뒤늦게 떠맡아 사실상 총괄했다. 권오석 위원은 환영사에 앞서 “위원들을 일주일에 서너번씩 불러내 혹독하게 일을 시키시는 미운 분”이라고 김백규 위원장을 재치있게 소개해 관객을 웃음짓게 했다. 허겸 기자

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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